'Brokenblue'에 해당되는 글 43건

  1. 2024.03.19 꽃봄 2
  2. 2023.03.04 기차
  3. 2018.01.01 18, 불송구영신(不送舊迎新) 1
  4. 2017.01.09 반성 (反省) 1
  5. 2014.04.23 망각(忘却)
  6. 2014.03.13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7. 2014.02.25 [정호승] 수선화에게
  8. 2014.02.22 술의 역사 1
  9. 2014.01.21 [유치환] 행복
  10. 2013.12.09 [00] 민.. 그의 작은 이야기

꽃봄

☆ 헤는 밤../習作 2024. 3. 19. 09:28

꽃봄


꽃이 폈으면, 봄이다.

… ?

꽃이 펴서, 봄 온건지
봄이 와서, 꽃 핀건지

봄이 되어, 꽃 본건지
꽃을 보아, 봄 아는지

꽃 봄에 핀
봄 꽃음 봄

봄 꽃이 핀
꽃 봄을 봄

꽃은 때 되면 피어나고
봄은 때 되면 오는건데
보고 있는데도 모르겠다

꽃을 봤다고,
봄일까?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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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 헤는 밤../習作 2023. 3. 4. 07:36

기차

 

 

기차는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기차에 올라,

 뜻으로 나아가려 했다.

 

나는 기차가 되었다.

나도 기차였지만,

나는 기차가 아니었다.

 

기차의 일부였던 나는,

어느새 방관자가 되었다.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세상은 흘러가고 있다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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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불송구영신(不送舊迎新)


새 해가 밝았다 합니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보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라
나는 인정하기 어려웁지만, 모두가 그렇다 합니다.

내가 아니라 해서
나는 당신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송구(送舊)하지 못한 나 외엔
영신(迎新)한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송구(送舊)하여 새해를 인정할 무렵,
지금 받으신 복, 한 귀퉁이 나눠 주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당신께서
오늘의 나처럼 새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날이 오면,
그때엔 내가 당신께 내 복 한 귀퉁이 베어
미소와 함께 선사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직 이런 날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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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反省)



끔찍한 밤, 416을 잇겠노라 다짐하며
소심히 망각(忘却)을 역설했다.

구차한 밤에 남겨둔 울분은
아이들의 시신(屍身)처럼 식어갔고,
끝내 아이들의 시선(視線)을 놓치고 말았다.

밤과 낮이 천 번은 바뀌었다.

아이였던 나는 아비가 되었고,
내 아이의 시선(視線)에서
잊었던 한 언론의 양심을 들었다.

뒷 일을 부탁받았기 때문입니다.

구차한 밤의 기억
뒤늦은 노란 약속
내일로 이을 세월

침몰하지 않을 진실이 바로 설 때까지
잊지않고, 잇겠다.



201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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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忘却)



지친다,
아니 지쳤다.

삶, 어느 귀퉁이
돌고 돌아도 늘 내 자리,
구석에 흘려버린 꿈엔
위안이 없다..

꿈 버린 삶
포기도 못한 채
불평, 불만, 불신,
그중에 제일인 불안으로.
영생의 집을 짓는다..

세월이 거꾸로 가고,
세파람에 흩날리는
성수가, 낙루해도..

그네를 기억해야기에
구차한 밤, 하루를 잇는다.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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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1946~) 詩人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은 2003년 발표된 詩集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에 수록된 詩다. 사실 詩人의 作品을 소개하기 까지 많이 망설였다. 평소 詩人의 글을 즐겨 읽은 것도 아니고, 남들과 같이 언론이나 sns를 통해 詩人의 사회적 활동을 그저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인 것이 고작이었기에, 詩人의 文學觀이나 작품에 내재된 哲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詩人의 作品도 이 詩를 접한 것이 전부였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앞서 여러 詩人들의 詩를 소개할 때도 그분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기에, 뻔뻔한 얼굴을 곧게 들고서 그저 '가끔씩 그대 흔드릴 때는'에 대한 내 감상만을 적어볼까 한다.

삶이란 무수한 선택의 집합*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맞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하나의 길을 골라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나아가는 행위인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갇혀 존재하는 우리에게 한 번 택하여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방법은 없기에, 언제나 선택의 순간에서는 망설이게 된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함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계산하게 되고, 선택에 따른 수 많은 관계의 변화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의 갈등을 만들어 낸다. 이외수 詩人은 가끔 흔들릴 것이라 말했지만, 사실 우리는 항시 흔들거리며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

萬人萬思라고, 비슷한 선택의 순간에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각각의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는 모두가 같다.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한다. 그래서 난 2006년 여름에 겪었던 어떤 선택의 순간에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는 詩人의 말을 떠올렸다. 詩人과 같은 나무를 보았다 하더라도, 詩人과 같은 생각을 하진 않겠지만, 시인도 나도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해야했기에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난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서부터 서서히 독립된 생활을 시작했기에, 많은 부분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했다. 나를 믿고 홀로서기를 도와주시는 부모님께 언제까지나 의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선택의 무게를 이기기 위해 윤동주 詩人과 이영도 作家를 멘토***로 맞이했다. 내가 추구하는 '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윤동주 詩人의 '序詩'에서 얻었고, 선택의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은 이영도 作家가 '드래곤 라자'에서 핸드레이크의 입을 빌어 했던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는 말을 길라잡이로 삼아 극복했다. 이 두 분의 목소리 덕분에 수 많은 선택의 순간을 잘 겪어낼 수 있었고, 후회없이 나만의 '바른 길'을 찾아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다.

완벽한 멘토를 찾았다고 믿게된 순간, 혼란이 찾아왔다. 고민끝에 선택하여 믿고 달려가던 나의 '바른 길' 자체에 대한 의심과 고민이 생겨났다. 내 선택에 후회가 찾아왔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시간만 죽이이게 된 2006년의 어느 여름날,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을 만났다. 신념과 용기만으로 극복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을, 이 詩를 통해 내가 왜 나의 '바른 길'에서 주저하게 됐는지, 무엇을 잊고 있었기에 흔들리게 되었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이외수 詩人의 목소리는, 나의 흔들림을 치유해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흔들림의 끝에는 대지에 굳게 박힌 뿌리가 있었음을 알려주었고, 방황을 이겨낼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내 선택에 있어 후회라는 말이 떠오를라 치면, 이 詩를 생각하며 나무를 바라본다. 어떤 나무라도 상관은 없다. 수백년을 살아온 거목도, 이제 갓 묘목 티를 벗은 나무라도. 같은 대상을 본다해도, 매 순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텐데, 나무야 아무렴 어떤가. 그저 나무에 달려 바람에 우쭐대는 수 많은 나무 가지도,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었음을. 그 뿌리가 대지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기에 바람에 흩날리지 않고 그저 흔들거리기만 할 뿐임을 상기하는 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나서 다시 걸어가면 된다. 자신이 그리는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하지만 묵묵히.




* : 이런 말 보면 꼭 삶은 계란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삶은 界亂 맞다. 선택은 한 국면에서,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기 위한 경계에서 필요한 것이고, 그런 경계에 서면 항상 혼란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삶은 달걀은 안되지만, 界亂은 맞다.

** :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아니함도, 그런 행위를 선택한 것이다.

*** : 물론, 두 분은 본인이 나의 멘토임을 모르신다. 아무렴 어떤가. 대신 나는 그 분들께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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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詩人(1950~)은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詩로 쓰고자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아마도 우리 문단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쉬운 詩를 주장하신 분인 것 같다. 1976년에는 생각을 같이 하는 젊은 동료 詩人들과 '반시(反詩)'라는 동인을 결성해 60년대 선배 詩人들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詩들과는 다른 문학적 흐름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일거다. 정호승 詩人의 詩는 따뜻하다.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한 호흡으로, 나직히 읊조리는 느낌이다. 덕분에 詩人의 목소리는 참 듣기 좋다.

'수선화에게'는 1998년 발표된 詩集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수록된 時로, 이듬해 '나팔꽃'이라는 시노래 모임(김용택, 안도현, 도종환 등과 함께 활동)에서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종종 제목을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고. ^^;

십 수년 째 홀로 객지생활을 하면서 외롭고 지칠 때면 가끔 '수선화에게'를 읽는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홀로 앉아 이 詩를 소리내어 읊어본다. 詩人께선 마치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내는 듯한 말투로 노래하셨지만, 읊으면 읊을수록 이 詩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나에게 실컷 울지말라고, 외로움을 견디라고, 모든 존재는 외로운게 당연한거라도 스스로 말해주고나면, 詩人께서 하셨을 지도 모를 행동이 떠올라 피식 웃으며 울쩍한 기분을 조금은 풀어내곤 했다.

정말 詩人께선 그러셨을까? 왈칵 쏟아지려는 뜻모를 눈물을 삼키며... '난 울지 않을거야. 외로운게 사람아니겠어? 난 이 외로움을 견뎌내겠어.' 두 주먹 불끈 쥐며 자신을 다독인다. 그리곤 주위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외로움의 동지로 바꿔놓는다. 가슴검은 도요새도, 하느님도, 새들도, 산 그림자도,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마저도. 사실은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며 홀로 물가에 앉아있는데 말이다. 그러다 멋쩍어졌는지, 곁에 피어있던 수선화에게 툭 던진다. 울지말라고.

진실이야 무엇이든. 외로움을 느낄 때 몇 번이고 '수선화에게'를 소리내어 읊어보라. 언제고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어차피 당신도 혼자 있을테니 남 신경 쓸 필요 없다. 자신과 '수선화에게'에만 집중하라.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어떤 목소리로든..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정선생 처럼 툭툭 던지듯 자신에게 들려줘도 좋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상냥하게 위로하듯 노래해도 좋다. 몇 차례 스스로에게 '수선화에게'를 들려주고나면, 당신도 나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정말 좋은 詩가 가진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외로움이 조금 달래지는 것은 덤이니 사양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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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역사

Alcoholic 2014. 2. 22. 00:16

사실, 술의 역사를 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것이든 그 자신의 기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술이라는 것은 먹거리의 일종인지라(분류는 음료에 속한다) 인류가 살아온 것과 거의 그 발자취를 같이할 것이라 짐작이 가능할 뿐이다.

최초의 술은 아마도 발효주가 아닐까 싶다. 고인 물에 과실이 떨어져 자연적인 발표주가 되는 경우로 확률적으로만 생각하자면 그리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생명의 기원도 로또 8주치 몰아서 1등하기 보다더 더 낮은 확률 가운데 이뤄진 일이라는 주장도 있지 않은가. 아마추어의 짐작이니 대충 넘어가주기 바란다. -_-;;

술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경험적으로 알게된 역사 초기의 사람들은 '곡차'를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증류주 보다는 발효주를 만들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맥주나 막걸리 같은 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최고(最古)의 술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리스 신화속에서 나오는 디오니소스(로마 신화에선 바쿠스, 개인적으로는 바쿠스가 더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가 즐겼다는 포도주나 자연의 품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과일주를 뺀다면 말이다.

여러 분야의 문헌들을 들추다 보면, 이런 잡다한 역사 쪽에선 서양의 기록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는데 술 역시 그런 경향을 띄고 있다.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책들을 뒤져보면 우리네 술 보다는 역시 수입된 주류의 역사에 대해선 다룬 문헌이 압도적이다. 덕분에 나 역시 맥주나 양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주워듣게 된지라 앞으로의 써나갈 글의 상당 부분을 이런 바다 건너의 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술로 채워나갈 것 같다. 덕분에 역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술의 예는 맥주가 되었다.

맥주(beer)라는 술은 대충 역사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BC4000년 경 수메르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맥주라는 술은 보리차이므로-_- 농경 시대에 만들어졌음을 짐작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테니 잠시 수메르인에게 감사를 해두도록 하자.

맥주 다음으로 등장하는 술은 바쿠스가 만들었다 전해지는 포도주(wine)다. 신화의 시대적 배경상 앞서에선 맥주보다 빨리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글을 썼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특성상 당 시대의 배경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맥주 이후라고 보는 것이 옳을테다. 문헌의 기록에는 방주로 유명한 노아도 포도주에 취했다고 구약에 적혀있다고 한다. 나야 모두들 알다시피 교회와 성당이랑은 거리가 먼 종족이니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다. 맥주를 통해 농경사회를 짐작하였듯이 포도주를 통해서는 포도밭, 고상하게 포도원을 경작하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술이라는건 주식이 아닌 부식....그래 나에겐 한 때 주식이었지만...지금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맛!!....여튼. 술은 부식이니 여분의 곡물로 제조하였을 것이고 주 원료를 생각한다면 맥주에서 포도주로의 발전은 사회가 보다 풍족해졌음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딴지걸지 말아주길 바란다 ;; )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주정(酒精)이다. 술취했다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쓰자면 ethanol 에 해당하는 식용알콜이다. 이놈은 제조법을 고안한 사람이 역사에 남아있는데 Jabir Ibn Hayyan 이란 양반이다. 8세기쯤 아랍에서 활동한 연금술사라고 한다. 이 기록을 보고 난 연금술사를 더 좋아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도 이 연금술과 이웃사촌의 사돈에 팔촌쯤 되는 분야다 보니(야금학을 전공하니까 ;;) 더욱 친숙하지 않겠는가. ;;

아랍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정의 양조법은 그 유명한 십자군 원정(대충 11C말~13C말) 무렵에 후진 유럽에 전파되어 좀 제대로된 술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증거? 증거는..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입한 적이 있는데(1171년인가? ) 그 때 그 양반이 보리를 발효한 뒤 증류한 술을 먹었다고 한다. 참..왕이라는 지위는 무슨 술 먹었는지 기록을 해주니 좋은 자리다. 우리같은 평민은 뭐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구토법을 사용해야하는데...쩝. 여튼.

이런 분위기를 타서 12세기 정도엔 러시아에서 사랑받는 보드카(Vodka)가 만들어지고, 14세기 정도엔 프랑스가 자랑하는 브랜디(Brandy)가 한 의학교수한테 발견되었다고 한다. 17세기 무렵엔 네덜란드에선 진(Gin)이 서인도제도에선 럼(Rum..이건 사탕수수가 주원료)이 만들어졌다. 이후 멕시코에 분탕질 하러 갔던 스페인 양반들이 원주민이 먹던 발효주(폴키,Pulque)를 증류하여 이름도 찬란한 데낄라(Tequila)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장광설로 대강 눈치 까셨겠지만서도 글쓰는 이로서 사소한 친절을 살짝 발휘하여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대충 정리해보겠다. 결국 술이라는 놈은 먹다 남은 곡식 발효시켜서 만들어 먹다가 점차 사회가 풍족해지면서 과일 발효시켜 먹는 식으로 발전했다. 먹거리와 아주 밀접한 친구라는 뜻이다. 이후에 알콜이 발명되면서는 양조기술을 통해 기존의 발효주를 증류주로 승화시켜(사실 기화가 맞는 표현이지만 과학 용어가 아니라 사회*문화*예술용어로 쓴거니 역시 딴지는 사양함) 퍼마셨음을 알 수 있다. 증류를 거치는 양조 과정이 귀찮았던 사람들은 알콜에 이것저것 집어 넣어 혼성주(Liqueur)를 만들어 먹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리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문헌적 자료를 이용해먹다 보니(설마 내가 그 연도나 철자를 다 외웠을거라 믿는건 아니겠지 ;; ) 지금까지 맥주나 양주에 대한 이야기만 중얼거렸지만 사실 우리도 앞서 언급했던 과정을 동일하게 밟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누룩을 발견하면서 발효주인 막걸리를 만들었을 것이고 이를 걸러 동동주를..이후 증류 기술의 개발로 소주를 만들었을테고 소주에 사과, 인삼, 대추, 잣 따위를 넣어 술을 담궜을 것이다. (지금의 소주는 고구마를 사용해서 만든다. 쌀로 만드는걸 먹고 싶다면 안동소주나 미(米)소주를 먹기 바란다. 단, 미소주의 맛은 보장 못한다) 내 게을러서 일일이 왕조실록을 뒤지는 등의 조사를 통해 년도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아랍까지 가서 알콜 만드는걸 뽀려왔을 유럽애들과 달리 독자적인 주류문화를 만들었을 선조들을 생각해보자. 자랑스럽지 않은가? 지금 시각이 1시 40분만 아니었으면 이런 뿌듯함에 벅차올라 나가서 소주 한 잔 걸쳤을지도 모르겠다. ;;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시간나면 술이나 한 잔 같이 하자. 싫다고? 흠..다시 생각해봐라. 특별히 내게 술 한잔 살 기회를 주겠다. ;; 다음번엔 술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뭐..술 만드는 법이 잘 생각 안나면 술의 분류를 먼저 이야기할 수도 있고..그게 귀찮으면 생각나는 칵테일 제조법을 몇 개 먼저 던질지도 모른다. 뭘 먼저 쓰던 그건 글쓰는 내 마음 아니겠는가 ;;


2004.07.02


참고문헌(의존도 순)
1. 현대 칵테일과 음료 이론 : 조주학 개론
2. 현대인과 칵테일
3. 표준국어대사전
4. 엣센스한영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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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갑오년(甲午年)의 첫 詩로 靑馬 유치환 詩人(1908~1967)의 ‘행복’을 선정했다. 이유는 눈치채신 것과 같이 詩人의 호(號) 때문이다. 사실 ‘행복’의 배경인 통영서 돌팔이질 하는 친우 최의원 말에 따르면, 60갑자를 이용해 매 해를 부르는 이름은 명리학에서 천명한 것과 같이 입춘(立春)을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에 금년도 입춘인 2월 4일이 오기 전에는 올해를 靑馬之年이라 부를 수 없다. 하지만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다보니 자연스레 靑馬 유치환 詩人을 연상하게 되었다. 푸른 말. 호(號)처럼 진취적(?)이고 활발한 사랑을 했던 詩人.


학창시절에는 詩人이 어떤 마음으로 ‘행복’을 노래했는지도 모른채, 그저 詩人이 청록파네 어쩌네 하는 수험용 배경만 머리에 담고서 ‘행복’이 전해주는 노랫말의 아름다움에만 취해 있었다. 마치 짝사랑이라는 열병을 앓던 소년처럼. 사랑받지 못해도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그녀에게 보낼 사소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끄적일 때 갖는 마음. 그 마음을 이해한다 믿었기에 난 그저 ‘행복’을 읽고, 베끼고, 공감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세월을 시간과 함께 흘러온 지금, 조금은 세상살이의 고단함도 맛보고, 연인 사이를 지나는 감정의 흐름도 느낄 수 있게된 지금의 내가 다시 읊어본 ‘행복’은 솔직히 마음 한 켠에 부끄러움을 담게 만든다. 나 또한 그저 길거리에 흔한 사회적 도덕의 노예이기 때문일까?


별스럽게 소개했지만, 이 詩는 詩人이 사랑하는 이에게 보낼 연서를 쓴 뒤, 그것을 보내기 위해 우체국에 들리는 자신의 들 뜬 마음을 묘사한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저 詩를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詩라는 것이 늘 그렇듯 ‘행복’ 또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행복’이라는 詩를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는, 詩人이 작품을 쓰던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는게 도움이 되곤 한다. 사실 내게 남의 연애사를 뒤적거리며 사족을 덧붙일 만큼 한가로운 취미는 없지만, 詩的 탐구심으로 잠시 청마의 사랑을 돌이켜볼까 한다. 


詩人은 거리에 흔한 나같은 사회적 도덕의 노예들과 달리, 결혼 후 다른 여자와 연애를 했다. 그렇다. 이혼이 아닌 결혼 '후'다. 그것이 바람이었는지, TV속 연예인을 향한 동경의 눈길과 같은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詩人은 부인이 곁에 있음에도, 부인이 아닌 여성을 향한 사랑을 노래했고, 그 과정이 담긴 詩가 바로 ‘행복’이다. 


詩人은 1947년, 불혹을 한 해 앞둔 나이에 본인이 근무하던 학교로 부임한 29세의 미망인이자 시조시인 이영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자가 엄연히 살아있는 유부남이, 근무지에 부임한 미망인 선생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연애가 흔하고 넘치는 오늘날에도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소재로 부족함 없는 소재인데, 70여년 전에는 오죽했으랴. 그것도 훗날 교장까지 지낸 교육자의 신분으로. 하지만 시인은 당당히 - 그 자신감의 근원은 모르겠지만 - 시조시인 이영도를 사랑했던 것 같다. 그 증거로, 3여년 간의 구애 끝에 연인으로 발전한 새로운 연인에게  詩人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약 20여 년 동안 5,0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20년. 그리고 5,000통. 

사흘에 두 편은 족히 써야하는 분량이다. 

잠시, 그 열정에 묵념.


5,000여 편의 연서가 모두 행복과 같이 우수한 작품성을 가졌는지, 혹은 그에 필적할만한 장편의 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詩人께서 작고한 뒤에 그 중 200여 편을 추리고, 오늘 소개한 '행복'의 한 구절을 따 이름지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유고시집이 나온 것을 보면, 적어도 그 중 200여 편은 우수한 작품이었으며 월간 윤종신 처럼, 창작의 고통이 수반될 만한 작품을 적어도 한 달에 한 편 씩은 지으셨다는 단순 무식한 계산이 가능하다. 靑馬 유치환 선생이 아니라, 多作 유치환 선생으로 불러야 하는 것일까.


불륜. 하지만 당당한.


많은 세월이 흐른 뒤의 타인이 보기에도 어울리기 힘든 단어라 생각되지만, 남겨진 흔적만으로 유추하였을 때 사랑의 당사자인 두 사람만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답고 풋풋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이문당에서 연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정성스레 담은 연서를 고이 접어, 맞은편 통영 우체국에서 부치는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묘사한 시.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토록 소년과 같이 순수한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이가 또 있을까. 한 여이을 사랑하는 남자로서 반성이 필요한 대목같다. ^^;


유치환과 이영도. 그 두 분의 마음을 지금와 내가 알 길은 없지만, 열열한 사랑이었음은 '행복'이라는 詩 한 편 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분들 외에도 사의 찬미*라는 노래와 불륜, 동반자살로 유명세를 탔던 윤심덕과 김우진의 경우도 그렇고, 문학이나 예술을 하는 분들 중에는 간혹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고 많은 연인을 찾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을 노래하고 표현하던 이들에겐 남들보다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가슴에서 넘치는 사랑을 글로, 예술로 표현해버리고 나면 공허함이 찾아와.. 그 공백을 메워줄 또 다른 사랑을 찾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 요즘 젊은 이들은 불후의 명곡에서 바다가 부른 '사의 찬미'를 들은 것이 첫 경험일 것이다. 난 사실 이전에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고, 막연하게나마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바다가 불후의 명곡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중파에서 불륜을 담은 노래를 버젓이 불러도 되는걸까 하고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나는 사회적 도덕의 노예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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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그의 작은 이야기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01. 무제 0 - 외침

02. 무제 1 - 도피

03. 무제 2 - 항변

04. 무제 3 - 그날 밤 이야기

05. 무제 4 - 잃어버린 낙원


06 너에게 1.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06 너에게 2. 부활

06 너에게 3. 아쉬움

06 너에게 4. 늘 같은 모습으로

06 너에게 5. J에게


07. 父

08. 그때를 아십니까

09. 옛 일을 떠올리노라면

10. 비

11. 별 - 동주형님께

12. 어제의 꿈을 위해

13. 독백 (낮은 목소리로)



<2005.11.12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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