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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역사

Alcoholic 2014. 2. 22. 00:16

사실, 술의 역사를 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것이든 그 자신의 기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술이라는 것은 먹거리의 일종인지라(분류는 음료에 속한다) 인류가 살아온 것과 거의 그 발자취를 같이할 것이라 짐작이 가능할 뿐이다.

최초의 술은 아마도 발효주가 아닐까 싶다. 고인 물에 과실이 떨어져 자연적인 발표주가 되는 경우로 확률적으로만 생각하자면 그리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생명의 기원도 로또 8주치 몰아서 1등하기 보다더 더 낮은 확률 가운데 이뤄진 일이라는 주장도 있지 않은가. 아마추어의 짐작이니 대충 넘어가주기 바란다. -_-;;

술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경험적으로 알게된 역사 초기의 사람들은 '곡차'를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증류주 보다는 발효주를 만들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맥주나 막걸리 같은 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최고(最古)의 술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리스 신화속에서 나오는 디오니소스(로마 신화에선 바쿠스, 개인적으로는 바쿠스가 더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가 즐겼다는 포도주나 자연의 품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과일주를 뺀다면 말이다.

여러 분야의 문헌들을 들추다 보면, 이런 잡다한 역사 쪽에선 서양의 기록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는데 술 역시 그런 경향을 띄고 있다.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책들을 뒤져보면 우리네 술 보다는 역시 수입된 주류의 역사에 대해선 다룬 문헌이 압도적이다. 덕분에 나 역시 맥주나 양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주워듣게 된지라 앞으로의 써나갈 글의 상당 부분을 이런 바다 건너의 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술로 채워나갈 것 같다. 덕분에 역사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술의 예는 맥주가 되었다.

맥주(beer)라는 술은 대충 역사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BC4000년 경 수메르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맥주라는 술은 보리차이므로-_- 농경 시대에 만들어졌음을 짐작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테니 잠시 수메르인에게 감사를 해두도록 하자.

맥주 다음으로 등장하는 술은 바쿠스가 만들었다 전해지는 포도주(wine)다. 신화의 시대적 배경상 앞서에선 맥주보다 빨리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글을 썼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특성상 당 시대의 배경을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맥주 이후라고 보는 것이 옳을테다. 문헌의 기록에는 방주로 유명한 노아도 포도주에 취했다고 구약에 적혀있다고 한다. 나야 모두들 알다시피 교회와 성당이랑은 거리가 먼 종족이니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다. 맥주를 통해 농경사회를 짐작하였듯이 포도주를 통해서는 포도밭, 고상하게 포도원을 경작하였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술이라는건 주식이 아닌 부식....그래 나에겐 한 때 주식이었지만...지금은 아니란 말이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맛!!....여튼. 술은 부식이니 여분의 곡물로 제조하였을 것이고 주 원료를 생각한다면 맥주에서 포도주로의 발전은 사회가 보다 풍족해졌음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므로 딴지걸지 말아주길 바란다 ;; )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주정(酒精)이다. 술취했다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쓰자면 ethanol 에 해당하는 식용알콜이다. 이놈은 제조법을 고안한 사람이 역사에 남아있는데 Jabir Ibn Hayyan 이란 양반이다. 8세기쯤 아랍에서 활동한 연금술사라고 한다. 이 기록을 보고 난 연금술사를 더 좋아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지금 공부하는 것도 이 연금술과 이웃사촌의 사돈에 팔촌쯤 되는 분야다 보니(야금학을 전공하니까 ;;) 더욱 친숙하지 않겠는가. ;;

아랍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정의 양조법은 그 유명한 십자군 원정(대충 11C말~13C말) 무렵에 후진 유럽에 전파되어 좀 제대로된 술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증거? 증거는..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입한 적이 있는데(1171년인가? ) 그 때 그 양반이 보리를 발효한 뒤 증류한 술을 먹었다고 한다. 참..왕이라는 지위는 무슨 술 먹었는지 기록을 해주니 좋은 자리다. 우리같은 평민은 뭐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구토법을 사용해야하는데...쩝. 여튼.

이런 분위기를 타서 12세기 정도엔 러시아에서 사랑받는 보드카(Vodka)가 만들어지고, 14세기 정도엔 프랑스가 자랑하는 브랜디(Brandy)가 한 의학교수한테 발견되었다고 한다. 17세기 무렵엔 네덜란드에선 진(Gin)이 서인도제도에선 럼(Rum..이건 사탕수수가 주원료)이 만들어졌다. 이후 멕시코에 분탕질 하러 갔던 스페인 양반들이 원주민이 먹던 발효주(폴키,Pulque)를 증류하여 이름도 찬란한 데낄라(Tequila)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장광설로 대강 눈치 까셨겠지만서도 글쓰는 이로서 사소한 친절을 살짝 발휘하여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대충 정리해보겠다. 결국 술이라는 놈은 먹다 남은 곡식 발효시켜서 만들어 먹다가 점차 사회가 풍족해지면서 과일 발효시켜 먹는 식으로 발전했다. 먹거리와 아주 밀접한 친구라는 뜻이다. 이후에 알콜이 발명되면서는 양조기술을 통해 기존의 발효주를 증류주로 승화시켜(사실 기화가 맞는 표현이지만 과학 용어가 아니라 사회*문화*예술용어로 쓴거니 역시 딴지는 사양함) 퍼마셨음을 알 수 있다. 증류를 거치는 양조 과정이 귀찮았던 사람들은 알콜에 이것저것 집어 넣어 혼성주(Liqueur)를 만들어 먹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리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문헌적 자료를 이용해먹다 보니(설마 내가 그 연도나 철자를 다 외웠을거라 믿는건 아니겠지 ;; ) 지금까지 맥주나 양주에 대한 이야기만 중얼거렸지만 사실 우리도 앞서 언급했던 과정을 동일하게 밟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누룩을 발견하면서 발효주인 막걸리를 만들었을 것이고 이를 걸러 동동주를..이후 증류 기술의 개발로 소주를 만들었을테고 소주에 사과, 인삼, 대추, 잣 따위를 넣어 술을 담궜을 것이다. (지금의 소주는 고구마를 사용해서 만든다. 쌀로 만드는걸 먹고 싶다면 안동소주나 미(米)소주를 먹기 바란다. 단, 미소주의 맛은 보장 못한다) 내 게을러서 일일이 왕조실록을 뒤지는 등의 조사를 통해 년도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아랍까지 가서 알콜 만드는걸 뽀려왔을 유럽애들과 달리 독자적인 주류문화를 만들었을 선조들을 생각해보자. 자랑스럽지 않은가? 지금 시각이 1시 40분만 아니었으면 이런 뿌듯함에 벅차올라 나가서 소주 한 잔 걸쳤을지도 모르겠다. ;;

여기까지 읽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시간나면 술이나 한 잔 같이 하자. 싫다고? 흠..다시 생각해봐라. 특별히 내게 술 한잔 살 기회를 주겠다. ;; 다음번엔 술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뭐..술 만드는 법이 잘 생각 안나면 술의 분류를 먼저 이야기할 수도 있고..그게 귀찮으면 생각나는 칵테일 제조법을 몇 개 먼저 던질지도 모른다. 뭘 먼저 쓰던 그건 글쓰는 내 마음 아니겠는가 ;;


2004.07.02


참고문헌(의존도 순)
1. 현대 칵테일과 음료 이론 : 조주학 개론
2. 현대인과 칵테일
3. 표준국어대사전
4. 엣센스한영사전

Posted by ☆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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