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그리고 2009년의 첫 포스팅.

많은 詩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 신경림 님의 詩를 골랐다. 고교 교과서에도 실렸었던(97~99년 사이) 작품으로 무슨무슨 시 xx편 하는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에 김선우 詩人께서 기고하신 글에 따르면 시인께서 50대가 막 되셨던 시절, 이웃 청춘남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너희 사랑>이란 작품을 선물하신 뒤, 그들의 어려운 생활을 떠올리며 쓰신 詩라고 한다.

식당에서 일하던 여자와, 노동운동으로 쫓기는 삶을 살던 남자가 어렵게 시작한 결혼 생활.. 사랑 하나에 의지해 힘들고 어렵던 1980년대의 끝자락을 헤쳐나가야 했던 신혼부부를 그린 詩에서 2000년대의 끝자락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너무도 많은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통행금지를 알리는 소리, 방범대원, 심지어 메밀묵 파는 야식꾼 마저도 이제는 사라져 보기 힘든 것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은 남아있고, 가난한 이웃 역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이 글을 쓰는 내가 그 이웃일 수도 있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이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도 삶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현실이라는 거대한 핑계 앞에 사랑을 잊을 수 있는 메마름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

문학 속에 혹은 역사 속에는 낭만적 사랑을 꿈꾸며 사랑을 위해 삶을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이란 언어를, 인종을, 종교를 초월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닐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밤하늘의 별을 헤며 그 별들에 숨어 아름답고 행복한 꿈만 꾸며 살아가고팠던 나는 어느덧 세상을 조금씩 배워가고 세상을 알아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내게 사랑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아득함이 되었다. 조금은 촉촉하던 감성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모두 증발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모습이, 이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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