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고정희 님의 '고백 - 편지 6' 과 같이 짧지만 강렬한 詩다. 그리고 깊다. 원래도 유명했거니와 허영만 畵伯의 만화 <식객>과 이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2007)와 드라마(2008)에서도 인용되어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詩다. 해석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길어서 외기 힘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강렬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詩가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이들의 마지막 행의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물음에 침묵한다. 뭉클하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할 것이다. 처음엔 나 역시 그랬다. 마지막 행의 뜨끔한 질문에 자신만을 생각했고, 그런 내가 연탄재 만 못한가.. 하는 자괴감 어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밖에 없는 詩라고 생각했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묻고 싶은 것은 마지막 행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뜨겁게 해 주었던 존재'의 함축이라고 생각했던 연탄재를 의인화의 대상으로 본다면, 연탄재는 나를 '뜨겁게 해 주었던,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이(연탄이 아니라 연탄'재'니까..과거형이 옳겠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발로 찬다는 것은? 나를 뜨겁게 해 주었던(내가 뜨겁게 사랑할 수 있도록 해 준) 이를 발로 차지 말라고 했다. 사랑은 식어버릴 수 있지만, 그 마지막은 아름답게 보내주라는 의미가 아닐까.

멋대로의 해석이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이 부족함을 지적함과 동시에 사랑이 식었더라도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생각하니 詩가 다르게 느껴졌다. 문학에서 어떤 정서를 짚어 내는 것은 결국 讀者의 경험과 생각에 달린 문제다. 그렇다면 나의 감상이 바뀐 것은 처음 이 詩를 접하기 이전에는 몰랐던, 사랑과, 그리고 이별을 겪어보았기에 그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일까.
Posted by ☆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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