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님은 다들 잘 아는 노래 <향수>의 가사가 되는 동명의 詩 '향수'를 지으신 분이다. 일제 강점기에 아름다운 싯귀를 많이 남기셨었던 분으로, 이 정지용 님의 대표작까지는 못되지만 이 '호수 1'은 그분의 다른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안한 어투로 담담히 읇조리는 듯한 느낌의 詩로 요즘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최근 짧은 詩를 연이어 소개하게 되는데, '호수 1' 역시 짧게 할 말만 하였지만 여운은 긴, 그런 詩다. 그리고 무뚝뚝한 이가 쑥스러운 듯, 툭 내뱉듯 '당신이 보고은 것 같소' 라고 하는 것만 같다. 요즘의 詩에는 사랑하면 사랑한다, 좋으면 좋다, 보고싶으면 보고싶다고 솔직하게 말하지만, 근대 우리 詩에는 이런 돌려 말하기(?)가 많아서 좋다. 은근한 마음의 표현이랄까..

고백하기에 부끄러운 마음, 얼굴을 가리면 숨길 수 있겠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너무도 커 말로 다 할 수 없어 눈을 감고 너를 떠올려본다.. 는 느낌. 혹은 보고 싶어도 보고싶다 하지 못해 눈 감고 너를 그려보는 모습.. 어쩌면 일제 치하에 독립한 이 땅이 보고싶어 그 마음, 그 울분을 이기지 못해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고.. 그랬던 것은 아닌지..

하지만, 시가 발표되고 70년이 훌쩍 흐른 지금의 나는 이 시에서 다만 사랑할 뿐인 한 사람이 눈 감고 사랑하는 이를 마음 속으로 조용히 불러보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이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겪은 경험과 詩를 읽는 동안의 내 마음가짐 때문이리라.

잠시, 두 눈 지긋이 가만히...... 보고 픈 이를 떠올려 본다.
Posted by ☆ 헤는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