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봄
꽃이 폈으면, 봄이다.
… ?
꽃이 펴서, 봄 온건지
봄이 와서, 꽃 핀건지
봄이 되어, 꽃 본건지
꽃을 보아, 봄 아는지
꽃 봄에 핀
봄 꽃음 봄
봄 꽃이 핀
꽃 봄을 봄
꽃은 때 되면 피어나고
봄은 때 되면 오는건데
보고 있는데도 모르겠다
꽃을 봤다고,
봄일까?
2024.03.19
기차
기차는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기차에 올라,
내 뜻으로 나아가려 했다.
나는 기차가 되었다.
나도 기차였지만,
나는 기차가 아니었다.
기차의 일부였던 나는,
어느새 방관자가 되었다.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세상은 흘러가고 있다
2023.03.04
18, 불송구영신(不送舊迎新)
새 해가 밝았다 합니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보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은 기분이라
나는 인정하기 어려웁지만, 모두가 그렇다 합니다.
내가 아니라 해서
나는 당신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송구(送舊)하지 못한 나 외엔
영신(迎新)한 모두가 새해 복 많이 받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송구(送舊)하여 새해를 인정할 무렵,
지금 받으신 복, 한 귀퉁이 나눠 주었으면 합니다.
언젠가 당신께서
오늘의 나처럼 새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날이 오면,
그때엔 내가 당신께 내 복 한 귀퉁이 베어
미소와 함께 선사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직 이런 날 기다려주길 바랍니다.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