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詩人(1950~)은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일상의 쉬운 언어로 현실의 이야기를 詩로 쓰고자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아마도 우리 문단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쉬운 詩를 주장하신 분인 것 같다. 1976년에는 생각을 같이 하는 젊은 동료 詩人들과 '반시(反詩)'라는 동인을 결성해 60년대 선배 詩人들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詩들과는 다른 문학적 흐름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일거다. 정호승 詩人의 詩는 따뜻하다.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한 호흡으로, 나직히 읊조리는 느낌이다. 덕분에 詩人의 목소리는 참 듣기 좋다.

'수선화에게'는 1998년 발표된 詩集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수록된 時로, 이듬해 '나팔꽃'이라는 시노래 모임(김용택, 안도현, 도종환 등과 함께 활동)에서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종종 제목을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고. ^^;

십 수년 째 홀로 객지생활을 하면서 외롭고 지칠 때면 가끔 '수선화에게'를 읽는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홀로 앉아 이 詩를 소리내어 읊어본다. 詩人께선 마치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내는 듯한 말투로 노래하셨지만, 읊으면 읊을수록 이 詩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나에게 실컷 울지말라고, 외로움을 견디라고, 모든 존재는 외로운게 당연한거라도 스스로 말해주고나면, 詩人께서 하셨을 지도 모를 행동이 떠올라 피식 웃으며 울쩍한 기분을 조금은 풀어내곤 했다.

정말 詩人께선 그러셨을까? 왈칵 쏟아지려는 뜻모를 눈물을 삼키며... '난 울지 않을거야. 외로운게 사람아니겠어? 난 이 외로움을 견뎌내겠어.' 두 주먹 불끈 쥐며 자신을 다독인다. 그리곤 주위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외로움의 동지로 바꿔놓는다. 가슴검은 도요새도, 하느님도, 새들도, 산 그림자도,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마저도. 사실은 애타게 전화를 기다리며 홀로 물가에 앉아있는데 말이다. 그러다 멋쩍어졌는지, 곁에 피어있던 수선화에게 툭 던진다. 울지말라고.

진실이야 무엇이든. 외로움을 느낄 때 몇 번이고 '수선화에게'를 소리내어 읊어보라. 언제고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어차피 당신도 혼자 있을테니 남 신경 쓸 필요 없다. 자신과 '수선화에게'에만 집중하라.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어떤 목소리로든.. 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정선생 처럼 툭툭 던지듯 자신에게 들려줘도 좋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상냥하게 위로하듯 노래해도 좋다. 몇 차례 스스로에게 '수선화에게'를 들려주고나면, 당신도 나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정말 좋은 詩가 가진 힘은 위대하다는 것을. 외로움이 조금 달래지는 것은 덤이니 사양말고.
Posted by ☆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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