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은 고민 끝에 作品名品에 소개할 첫 詩를 선택했다. 이 공간은 시를 설명하기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한 편을 보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해두는 곳이다. 많은 고민 끝에 내가 첫손에 꼽는 두 편의 시를 떠올렸다. 하나는 황동규 님의 '즐거운 편지'요, 다른 하나는 윤동주 님의 '序詩'다. '즐거운 편지'는 내게 詩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글이고, '序詩'는 내게 뉘우침(종교적인 것은 아님)을 준 시다. 하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詩는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 이다. 내 블로그니까 내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詩를 소개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블로그의 이름이자 내가 인터넷 공간에서 내 얼굴을 대신해 즐겨 사용하는 이름의 유래를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별 헤는 밤'을 선택했다.
내 무디고 단순한 느낌에, 이 詩는 파격을 보이면서도 격식을 지키고 있고. 외로움을 읍조리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자신을 바로잡는 다짐을 상기하는, 詩人께서 유학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감정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나 또한 나름의 유학 생활(고향집을 떠나 타향에서 수학 중이니까;;)을 하면서 이 詩를 접하고 무언가 통하는(?) 느낌에 즐겨 읽고, 즐겨 쓰고, 즐겨 말하고 있다. 난생 처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홀로 대해야 했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쓸쓸함. 고향 땅의 소주 한 잔으로 털어버릴 수 없었던 상처들. 이제는 아무렇지 않지만 처음에는 왜 그리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이 詩를 처음 읽었던 것은 고교시절이었지만, 詩人의 마음을 느낀 것은 객지생활에서 처음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던 날 밤, 달을 벗삼아 홀로 소주잔을 기울일 때였다.
이제는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또 다른 생활에서 잠시 떠올릴 수 있었기에 내가 논산 훈련소에서 패러디 했던 글을 덧붙이면서 이 포스트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별 헤는 밤..
- 윤동주 / 한승민 改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불침번이 돌아오는 까닭이요,
경계근무를 서야하는 까닭이요,
22시면 소등하여 취침해야 했던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배식과
별 세개에 야쓰와
별 다섯에 막힌 똥변기 2사로와
별 여섯에 환복과
별 일곱에 집합 30분 전과
별사탕 하나에 건빵 2개,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생활관 침상을 같이 했던 전우들의 이름과, 천사지현, 눈빛만기, 순수원혁, 미소경훈 이런 분대장님들의 이름과, 정직·근면·성실하신 우리 소대장님 성함과, 경계, 행군, 유격, 수류탄, 숙영지, 사격 이런 증식과 후식이 불출되던 훈련들의 이름과, 제식, 각개, 화생방, 총검술 그리고 피나고 알배기고 이갈리던 사격술 예비훈련 같은 부식도 없던 훈련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이제 추억 저편에 남았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민간인의 세상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땀에 젖은 전투복을 관물접어 올리어 손날로 문지르며 각을 잡아 봅니다.
딴은 퇴소하는 그날까지도
눈빛만기의 호통이 두려운 까닭입니다.
그러나 4주가 지나고 나의 청춘에도 소집해제가 찾아오면
연병장에 파아란 잡초가 피어나듯이
내 주기표 묻힌 야쓰장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7중대 훈련병의 밤 감상문 발표 中, 200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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