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는 밤../作品名品
[고정희] 고백 - 편지 6
☆ 헤는 밤..
2008. 12. 3. 14:41
詩가 여느 문학에 비해 어려운 점이자 동시에 우월한 점이 있다면 바로 파괴력이 아닐까. 문학이라는 것이 결국 作者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언어 예술이라는 점에서, 詩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강렬하게 作家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문학 장르(genre)다. 고정희 시인의 '고백'은 그런 면에서 詩의 절정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作品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 詩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詩의 3대 요소(기억이 좀 가물가물 하지만;)인 윤율(음악적 요소), 심상(회화적 요소), 정서(의미적 요소)의 표현이 모호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반복이나 대구를 통한 리듬감 형성을 통해 표현되는 운율도 전혀 보이지 않고(굳이 찾자면 '감/전/되/었/다/' 부분 정도? ), 五感을 바탕으로 한 심상의 묘사가 보이는 것도 아니다(굳이 찾자면 감전되는 것이 촉각? ). 그렇다고 사용된 낱말들이 고도의 의미를 함축해서 짙은 정서를 나타내지도 않는다(굳이 찾자면 전깃줄을 통한 연상 작용으로 사랑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 정도? ). 그런데 왜 나는 이 詩를 처음 접하고 나 역시 감전되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었을까.
(이런 해석이 억지일 수도 있고, 당연히 틀릴 수도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굳이 제대로 된 해석이 필요하다면 괄호 부분에 쓴 것 정도? ^^; )
답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사랑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첫 눈에 반한다는 느낌 혹은 그에 준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詩人께서는 아마도 그것을 노린 것이 아닐까. 詩의 3대 요소니 뭐니 해도 결국 그것은 문학을 바라보기 위한 다소 보편적인, 그리고 보다 교육적인 목적과 어쩌면 비평가들의 수준 높아 보이는 언어 체계를 위한 분류에 불과할 뿐(詩와 다른 문학을 구분하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제일 높겠지만..) 作家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그리고 讀者는 그런 분류를 몰라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詩人께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마치 감전된 느낌처럼 한 번 부르르 떨어줄 수도 있을 것이고..
詩는 다른 문학과 달리 '낭송(朗誦)'하는 경우가 많다. 읊는다고도 한다. 소설을 옆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 읽어주진 않는다. 다만 책을 권할 뿐. 하지만 시는 詩人의 느낌을 讀者의 감성으로 해석해 옆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 다른 詩는 보통 읽고 여운을 느끼는 편이지만, 고정희 님의 이 '고백 - 편지 6'은 어떻게 읊을까, 혹은 어떤 이에게 어떻게 낭송해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해 준다. 매우 짧지만, 여러모로 즐거운 詩다.
[참고]
저는 제대로 된 詩作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고 단지 고교 시절까지의 국어 및 문학 수업에서 몇 유명한 詩人의 作品을 '정해진' 해석에 따라 읽어본 것이 전부인, 즉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수준(물론, 이 글을 보는 분의 수준이 더 높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의 평범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래서 나는 詩를 마음껏 느끼고 멋대로 해석하지요. 고정희 님의 '고백 - 편지 6' 역시 그런 저의 저질스러운 감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절대 본인의 해석을 믿지 않기를 바랍니다.